[06/15] 은퇴 선교사님의 뒷모습
2025년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고신선교 70주년 미션컨퍼런스에 Wycliffe USA의 선교사 자격으로 참석하여 오늘에 있기까지 각 나라와 우리 모두의 인생가운데 행하신 하나님의 역사하심과 섭리를 느끼며 큰 감동과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51개국에 파송된 480여명의 선교사님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하는 모습에 눈믈이 왈칵났습니다. 20여년 전 풋풋한 신학생으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젊은 패기와 열정으로 목회를 시작한 동기목사님들의 모습에는 어느덧 완숙함과 노련함이 묻어나고, 하나님 나라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을 고민하고 나누고 그리는 대화속에는 그간의 수고로움이 고스란히 묻어났습니다.
지난 70년간의 고신선교역사 가운데 우리가 자랑할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일하심”이었습 니다. 하나님께서 행하지 않으셨다면 선교사로 헌신한 이들도 없었을 것이고, 선교현지 에서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도 없었을 것이며, 믿는 사람이 없기에 여전히 우상의 땅으로 남아 구원의 역사가 없는 황폐함이 가득한 세상만이 존재했겠지요. 그러나 우리 좋으신 하나님은 우리를 위해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고 일하시며 아버지의 마음을 품는 자들을 통해 그분의 일을 손수 이루어 오셨습니다. 이번 선교 대회를 통해서 분명하게 깨달은 것은, 하나님은 하나님을 사모하는 이들의 열정을 사용하셔서 하늘의 비밀한 일들을 펼쳐보이시고 하나님 나라의 경영을 맡기시며 함께 일하신다는 사실입니다.
70년 전 대만으로 떠난 고신의 첫 선교사, 김영진 선교사님을 시작으로 수많은 선교사님 들이 세계 곳곳에서 복음을 전해오셨는데 특별히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습니다. 둘째날 저녁 집회가 끝나고, 참여하신 분들을 소개하는 순서 중에 은퇴선교사님들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사회자가 “은퇴하신 선교사님들 일어나 주십시오.”하는데, 큰 대회장 곳곳에서 조용히 일어서시는 노선교사님들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더이상 젊은 패기도 힘찬 열정도 느낄 수 없었지만, 한 평생 주의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삶을 드린 숭고함과 고귀함이 느껴졌습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지요. 하나님의 사람 은 죽어서 하나님께 올려드린 영광의 이름을 남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들의 귀한 헌신은 선교지에 신학교를 세우고, 예배당을 세우고 병원을, 학교를, 선교센터를 짓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 즉 하나님의 형상으로 생명을 소유한 영혼들을 남기게 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언젠가 저와 아내도 허리가 굽고, 손발이 떨리며, 연약한 육체를 가진 기력없는 모습이 되겠지요. 그러나 소망합니다. 그런 저희의 뒷모습에서 우리를 감싸시고 위로하시는 주님만이 나타나기를. 우리가 걸어온 그 길에 예수님의 흔적만이 남기를. 소망합니다.
2025년 6월 15일 한국 선교대회에서, 백성지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