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5] 하늘 나라 시민권
지난 2월 초, 저와 아내는 아들의 국적포기 절차를 위해 아틀란타에 다녀왔습니다. 2004년, 발의된 국적법 개정으로 인해, 부모가 한국 국적자일 경우 해외에서 태어난 자녀도 자동적으로 한국 국적을 갖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나면 자동으로 미국 국적을 갖지만, 동시에 한국 국적도 함께 부여받도록 된 것입니다. 문제는 남자의 경우 만 18세가 되기 전에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으면 병역 의무가 발생한다는 조항이 있다는 점입니다.
2007년에 제가 달라스로 유학을 왔고, 그 다음 해에 막내 하준이가 달라스에서 태어났습니다. 저는 이 법안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때가 되면 정리해야겠지 생각하면서도, 한편 으로는 “그래도 한국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열어 두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사자인 하준이의 선택에 따라 적절한 시기를 앞두고 국적포기를 결정하게 되어 서류를 준비해서 방문 접수 신청을 마쳤습니다.
절차는 생각보다 복잡했습니다. 자녀의 국적을 포기하려면 먼저 한국에 출생신고를 하고, 그 출생을 근거로 다시 국적 이탈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부모인 저와 아내의 국적 상실 신고도 함께 해야 했습니다. 저희는 7년 전에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자동으로 한국 국적이 말소된 줄로 생각했는데, 한국 정부에 미국 시민권 취득 사실을 직접 신고하여 국적 상실여부를 정식적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숙지하고는, 단번에 해결하기 위해 애틀랜타 대한민국 총영사관에 가서 모든 절차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절차를 마치고 나오면서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교차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하는 목사입니다. 그런데 법적으로 더 이상 한국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습니다. 물론 국적을 갖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계신 상황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만, 국적을 유지하는 것 혹은 포기하는 것은 분명 매우 소중하고 무거운 결정입니다. 국적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소속과 정체성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땅에서 각자의 국적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여권을 통해 그것을 증명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가 사는 이 곳이 영원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잠시 머무는 이 땅에서 주어진 나그네의 삶, 이 곳에서의 희노애락에 집중하다보니 마치 이곳이 영원한 집인 것 같아 우리가 가야 할 본향, 곧 하늘나라를 잊어버리고 살지요. 주님은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우리의 시민권은 여기에 있지 않다고 말입니다. [빌립보서 3:20] 그러나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습니다. 그 곳으로부터 우리는 구주로 오실 주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But our citizenship is in heaven, and from it we await a Savior, the Lord Jesus Christ.
우리의 영원한 소속은 이 땅이 아닙니다. 우리는 하늘나라의 영원한 시민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곳으로부터 오실 주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오늘을 살면서도 영원을 바라보는 믿음으로, 이 땅의 시민이기 전에 하늘의 시민임을 분명히 기억하며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이 정체성을 붙들 때 우리는 세상의 가치에 흔들리지 않고, 사명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늘의 시민답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삶이야말로,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드러내는 가장 분명한 증거입니다. 할렐루야.
February 15, Pastor’s Table, 백성지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