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1] 졸업의 계절
졸업의 계절이 무르익어갑니다. 오늘은 저희 가정의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지난 5월 초에는 저와 데이빗 형제의 졸업식이 있었고, 이번 주에는 막내아들 하준이의 고등학교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수많은 졸업식에 참석해 왔지만, 이번 만큼은 유독 특별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마치고, 강도사를 거쳐 목사 안수를 받은 후, 다음 사역의 방향을 모색하던 중 미국 유학을 결심했습니다. 서울 목동의 등촌교회 부목사 사역을 내려놓고 텍사스 달라스로 떠나온 것이 2007년 8월이었으니 이제 20년차가 되어가네요. 텍사스의 뜨거운 여름 한가운데 아내와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달라스 공항에 내리던 순간, 사막의 뜨거운 공기가 온몸을 강타했습니다. ‘헙! 여긴…내가 생각했던 미국이 아닌데??’... 도착한 기숙사 에어컨은 고장이 나 있었고, 화씨 110도(섭씨 43도)의 열대야를 땀으로 버텨야 했습니다. 학교 등록과 살림 정리에만 한 달이 걸렸고, 한국에서 배편으로 부친 짐마저 두 달이나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그야말로 난민같은 생활을 경험했습니다. 그러한 시간에 예상치 못한 기쁜 소식이 찾아 들었습니다. 아내의 임신이었습니다.
기쁨과 동시에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아내도 저와 함께 공부를 시작할 생각이었는데, 준비한 모든 계획이 한순간에 바뀌었습니다. 그렇게 아들 하준이가 태어났고, 저희 가족의 파란만장한 이민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로부터 꼭 18년이 지난 5월. 반갑게 우리 곁을 찾아왔던 하준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8번째 생일을 맞이하며 명실상부한 성인이 되었습니다. 졸업식 단상을 걸어올라가는 늠름한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이제 성인으로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내딛는 그 발걸음이 더없이 귀하고 듬직해 보였습니다.
하준이는 태어날 때부터 소이증(왼쪽 귀가 없거나 작게 태어나는 증상)을 안고 세상에 왔습니다. 자칫 언어장애나 지적장애, ADHD 등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감사하게도 하준이는 모든 학교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쳤고, 중학교에서는 농구 주전선수로, 고등학교에서는 라크로스 팀 주장으로 활약하며 건강하고 당당하게 자라주었습니다.
지난 목요일, 대학 진학을 앞두고 정기검진과 하준이에게 필요한 귀수술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소이증 전문의를 만났습니다. 하준이를 진찰한 의사는 크게 놀라워했습니다. 소이증으로 태어난 아이가 이토록 완벽한 언어를 구사하고, 진학할 대학과 자신의 미래 방향을 또렷하게 이야기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 소견을 들으며 저와 아내는 다시 한번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며 감사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멋진 친구를 부족한 아비의 아들로 보내주시고, 그 이름처럼 하나님의 기준(夏峻)을 세워 가도록 미리 예비하시고 인도해 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은 언제나 우리의 생각보다 크고, 하나님의 계획은 언제나 우리의 지혜로 측량하기 어려움을 다시 한번 겸손히 고백하며, 졸업의 계절 5월. 주님께 더할 수 없는 감사를 올려드립니다.
May 31, Pastor’s Table, 백성지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