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9] 선교적 삶으로
제가 초등학생 때, 저의 집에 미국 선교사님이 오셔서 일주일을 지내신 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신학생을 가르치던 교수 선교사님이셨는데, 신학생 수련회를 교회에서 개최하셨던 아버지께서 숙소를 저희집으로 정하셔서 모시게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뵌 미국 선교사님은 어린 제게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말을 걸어오셨습니다. 피부 색깔도 저와 다르고 키가 아주 커서, 제게는 낯설고도 특별한 놀라움이 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분은 아주 친근하고 인자하셨지요. 그런데 어린 저는 영어를 전혀 할 수 없었기에 수줍게 웃거나, 부끄러워서 숨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것이 선교사님을 만난 저의 첫 경험이었습니다.
지난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Wycliffe의 선교사님 한 가정을 초대해서 함께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위클리프 선교사로 사역하는 Joe가정은 아프리카 대륙 카메룬에서 선교사역을 감당하다가 최근에 위클리프 본부로 돌아와 사역하고 있습니다. Joe선교사와 아내 Emily, 큰딸 사마리아 (12), 둘째 조셉(9), 그리고 막내 요나(5)가 저희 집에 함께 머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20-30년전만해도 선교사는 먼 타지나 오지에서 사역을 하는 분들이어서, 선교지가 아닌 곳에서 만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안식년에 본국으로 돌아오시거나 특별 선교주간에 방문하시면 뵐 수 있는 정도였지요. 그러나 시대의 흐름과 선교의 패러다임이 변함에 따라 선교지의 물리적 경계가 불분명해진 곳이 많고, 난민과 미디어 및 문화와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영역과 지역에서 새로운 역할의 사역을 감당하고 계신 선교사님들이 늘어나고 계시기에 보다 가까운 곳에서 선교적 삶을 살고 계신 분들을 쉽게 만나뵐 수 있습니다.
이번에 저희가 섬긴 선교사님 가정은 첫째 자녀를 입양하고, 막내는 간질과 자폐증상이 있어서 매 식사마다 기계에 연결된 호스로 배에 양양식을 주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밝고 행복하게 매일의 삶을 감사함으로 살아내는 아름다운 가정입니다. 살다보면 누구나, 인생의 여러가지 예기치 못한 문제들 앞에서 좌절하고 낙담하며 고민하고 씨름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 누구도 그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요. 그러나 이러한 현실에 직면하여 실망하고 원망하는 삶이 아니라, 끝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신실하게 감당하며 감사함으로 우리를 이 땅에 보내신 하나님의 명령, 선교사적 삶을 지켜내며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제가 어린시절 만났던 미국선교사님이나, 지난주 저희 집에 머물렀던 Joe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우리와 동일한 하나님을 섬기고, 동일한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는 성도이지요. 이들도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며 자녀를 양육하고, 가정을 꾸리며 모든 일반적인 인생의 일들을 동일한 자극으로 받아들이는 지극히 인간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나 단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주어진 사명을 잊지 않고 매 순간 그 사명을 따라 살아간다는 것이지요.
“[딤후4:6-7, 새번역] 6 나는 이미 부어드리는 제물로 피를 흘릴 때가 되었고, 세상을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 7 나는 선한 싸움을 다 싸우고,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습니다.”
사랑하는 엘드림가족 여러분. 우리 모두 각자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시한번 되새깁시다. 그래서 한번 사는 인생가운데 선한싸움을 싸우고, 믿음을 지켰음을 당당하게 고백하는 우리 모두가 되길 소원합니다. 이것이 선교적 삶입니다.
November 9, Pastor’s Table,백성지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