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8] Nature vs Nurture
작년에 한국에 계신 어머님에게 부탁해서 직접 가꾼 들깨씨앗을 얻어와서 저의 뒷마당에 심었습니다. 가을이 막 접어드는 시기인 9월에서 10월 초순이었지만 한국 가을의 온도와 이곳 올랜도와는 차이가 있기에 충분히 빠른 시간 내에 깻잎을 얻을 수 있겠다 싶었지요. 햇살도 좋고 비도 자주오고 해서 제가 아침마다 잘 돌봐주면 충분히 잘 자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곧 얼마 지나지 않아 싹이 났습니다. 귀여운 싹을 보면서 기쁘고 좋았지요. 그런데 이상하게 크게 자라지 않고, 그 어린 잎 그대로 그냥 꽃이 피어 버리는 것입니다. 이상하다?!...이래저래 원인을 찾다가 식물은 제때에 파종을 해야한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확을 해야 할 시기에 파종을 했으니 제대로 자라지를 못한 것이지요. 그리 추운 겨울은 아니었지만, 하나님 창조의 그림 속에 지어진 작은 씨앗은 겨울을 기억 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렇게 올랜도에 12월 겨울이 왔습니다. 저의 경작은 실패였습니다. 그래서 다시 봄을 기다려 씨앗을 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지난 늦가을에 뒷마당에 심었던 작은 깻잎 씨앗을 버리지 않고, 지난 이른 봄에 다시 심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제대로 자라지 못한 채 영글어진 씨앗이 바로 전 환경을 기억하고는 작년 겨울의 모습 그대로 자라난 것입니다. 손가락 만큼 자라서 또 꽃이 피고, 씨앗이 만들어져 버렸던 것이지요. 신기하다…5월 늦봄, 이번에는 예전에 심겼던 모든 것을 뽑아내고, 한국에서 재배된 새로운 깻잎 씨앗을 뒷마당에 뿌렸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제 한달이 지났는데 원래대로 잎이 자라고 있는 것을 봅니다. 작은 잎이 자라고, 줄기가 자라고, 제가 기대했던 깻잎이 모습으로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만드실 때, 자연적으로 모든 것이 하나님의 창조의 원리대로 씨앗이 심겨지고,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도록 하셨습니다. 이것을 “자연 Nature” 이라고 말합니다. 사과나무에 포도가 열릴 수 없듯, 하나님께서는 각자 창조의 원리대로 모든 것을 만드시고, 자연적으로 성장하길 원하십니다. 주님께서 그 모든 생명안에 디자인 하신 형질을 우리가 바꿀수는 없지요. 그런데 “양육 Nurture”은 조금 다릅니다. 누군가가 잘 가꾸고 돌보면 더 좋은 결과와 더 많은 열매를 얻고, 잘못된 방법으로 심거나 관리가 잘 되지않으면, 결과에 실망하게 되고 자연적인 모든 것들이 파괴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믿음에도 적용되는 원리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복음을 자신의 성품과 언어로 받아들이고 예수님을 영접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자신의 형상대로 창조하신 각 영혼에게 주어진 자발적 선택의 영역이어서 하나님의 전적은혜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시작된 믿음이 잘 자라나고 성숙한 분량에 이를 수 있도록 양육하는 일은 믿음의 자연적 원리를 잘 이해하는 우리 교회공동체가 함께 가꾸어 가야할 영역입니다. 믿음이 연약한 성도를 돕는 일, 하나님의 말씀으로 서로를 격려하는 일, 자녀들을 성경적인 방법으로 키워내는 일, 학교에서 학생들을 병원에서 환자들을 사랑과 관심으로 잘 대해주는 일, 직장에서 새로운 일을 접하는 이들에게 일에 대한 확신과 열정을 심겨 주는 일 등 우리가 주어진 자리에서 해낼 수 있는 양육의 영역은 너무나도 다양하고 넓습니다.
우리교회가 때에 맞고 하나님 나라의 기본원리에 충실한 양육 Nurture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무엇일까. 우리 엘드림 가족들이 생각하는 자신의 기본자리,자신의 믿음을 성장 성숙시키는 양육의 자리는 어디인지 궁금함을 가져봅니다.
2025년 6월 8일 자라나는 잎을 보며, 백성지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