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주와 함께 달려 가리이다”(Run with the Horses)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처음 읽은 책은 아니고, 제가 신학교를 막 졸업하고 나서 출간된 신간이었는데, 제가 좋아하는 유진 피터슨의 책이어서 신학교 서점에서 바로 구입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때 한번 읽고 서재에 늘 꽂혀 있었던 책을 우연히 찾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고 그 내용도 까마득 하게 잊고 있었는데, 다시금 제게 부어 주시는 은혜가 커서 거침없이 읽어 나갔습니다.
유진 피터슨은 제가 존경하는 기독교 영성가입니다. 얼마전에 천국으로 가셨지요. 그가 쓰는 글들이 왜그리 정겨울까 싶었는데, 이번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조부모님은 노르웨이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가정이었으며, 그들의 삶 전체가 독실한 부모님의 신앙유산을 가졌습니다. 유진 피터슨의 영성은 특별히 그의 어머님으로부터 전수되어, 그 영성이 그의 아들에게도 이어져 갑니다. 아들은 지금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목회자로 살고 있습니다. 이민자로, 목회자로, 목회자의 아버지로 살다 보니 하나님을 향한 마음이나 그 생각들이 남달랐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누군가와 상대적으로 비교하기 보다는 하나님만을 생각하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무단히 노력했던 그의 삶의 흔적들에서 묘한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예레미야 12:5에 말씀을 근거로 쓰여졌습니다. “네가 사람과 달리기를 해도 피곤하면, 어떻게 말과 달리기를 하겠느냐? 네가 조용한 땅에서만 안전하게 살 수 있다면, 요단강의 창일한 물 속에서는 어찌하겠느냐?” 현실적으로 인간이 어떻게 말과 달릴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범람하는 강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보면, 우리는 이 말씀을 통해 불가능한 일을 요구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믿음의 여정”을 지나고 있는 수 많은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이 일이 가능하니 힘을 내라”고 당당하게 요청하십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얻는 탁월함”을 추구 하도록 격려하십니다.
예레미야는 이스라엘이 바벨론에 의해 멸망 당하게 될 것이라는 하나님의 경고를 백성들에게 외친 선지자였습니다. 현실에 파묻혀 살아가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그 소리가 좋게 들렸을 리가 없지요. 나라를 팔아 먹는 매국노로 몰린 예레미야는 감옥에도 여러번 갇히게 되었고 나라와 백성들에게 외면당한 삶을 살았던 선지자입니다. 세월이 지난 지금에야 예레미야를 향한 하나님의 탁월한 계획하심이 얼마나 놀라운지 우리가 알고 있습니다만, 주어진 시대의 현실을 고되게 살아내야 했던 예레미야에게는 팍팍한 삶의 여정이었겠지요. 그러나 그는 자신의 길을 힘들고 어렵다고만 생각지 않고, 하나님의 탁월한 훈련의 과정으로 여기며 사명을 감당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삶 속에서 이해할 수 없고, 해결되지 않을 것만 같은 상황들이 계속해서 밀려 올 때, 우리는 어떤 마음을 갖게 되나요? 우리 하나님은 늘 나보다 더 크고 정확한 그림을 그리고 계십니다. 그 그림의 싸이즈에 맞게 우리를 훈련을 시키고 계시지요. 십니다. 절대로 하나님은 우리를 그냥 내 버려 두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오늘도 주님은 우리가 주님과 함께 달려갈 수 있는 지구력과 근력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의 영적인 체질을 만들어 가십니다. 세밀하게 말씀하시는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는 저와 엘드림 성도님이 되셔서, 주어진 인생의 경주를 멋지게 달려갈 수 있기를 바라며 기도합니다.
2023년 6월11일 백성지 목사 올림.